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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편의점에 AED 설치 경쟁

2023년 1월 1일

이태원 참사 계기, 휴먼 기업 이미지 구축






모국에서 160여 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할로윈 축제 이태원 참사는 나라 전체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왔고 정치권의 심각한 갈등 요인으로까지 번진 전대미문의 인명 사고였다. 이 참사는 편의점 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이미지에 걸맞는 주목할 변화까지 동반했는데 자동심장충격기(心臟衝擊器)의 편의점 내 설치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 심정지 위급 환자의 경우 상황 발생 직후 심폐소생술을 골든타임인 4분 이내에만 해주면 살릴 가 능성이 높고 여기에 더해 자동심장충격기까지 가세하면 구명 확률은 80%까지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동심장충격기는 자동제세동기(除細動器)라고도 하고 이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의 앞글자를 따 AED 라고 약칭하기도 한다.  공항, 철도 객차, 20톤 이상 선박, 500세대 이 상의 공동주택 등 다중이용 시설, 공공보건의료기관, 구급차 등에는 이미 이 기구를 설치 관리운영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해놓고 있다. 실제로 위급한 심정지 환자가 이 기기를 통해 목숨을 건진 사례도 많다.

그러면 왜 하필 기기 설치의 추가 대상지로 편의점이 선택됐을까? 이번 참사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때문이다. 참사 당시 인근에서 사용 가능한 곳은 단 두곳이었다. 이태원 파출소와 이태원 역에 설치된 두대가 전부였던 것이다. 물론 그 주변에 있던 주민센터, 초등학교, 대학교 등에도 마련돼 있었지만 야간이라 문이 닫혀 있어 무용지물이었다. 앱을 통해 이용 가능한 정보도 정확히 입수할 수 있지만 밤에는 문을 닫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사각지대가 드러나자 부산광역시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사건 후 수일이 지난 11월 초에 한국의 메이저 편의점 채널인 GS25 영남 본부와 제휴해 지역 산하 매장에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하고 아울러 근무자들에게 응급처치 교육 및 기기 사용법까지 교육시켜 비상시에 대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국 편의점이 없는 서비스가 없을 정도로 부대 서비스가 많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심폐소생의 전천후 기지까지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의 체인 편의점은 예외없이 모두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설치만 되면 야간에도 이용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GS25 매장 1,000개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시범적으로 2022년에 16개 매장을 우선 선정해 운영 상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그리고 2023년에는 예산을 반영해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자극받았음인지 경쟁사인 또다른 편의점 체인 CU가 한국 굴지의 보안 업체 에스원과 제휴해 전국 16,000여 점포에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11월 17일 본사 사옥에서 ‘고객과 국민의 안전, 사회 공헌을 위한 응급의료장비 공공 서비스 구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착한 기업 이미지 홍보까지 겸한 휴먼 기업의 공기능 수행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회사측은 일단 수도권의 인구 밀집 지역 내 CU 직영점을 중심으로 먼저 보급하고 단계적으로 전국 가맹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두 메이저 편의점 체인사가 선두 주자로 나섰으니 여타 업체들도 가세할 것으로 보여 한국 편의점의 위상이 또한번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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